LiKe/Masterpiece
길_윤동주
MARO
2017. 7. 25. 03:23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
윤동주의 시는 70년 넘게 지난 현재의 시간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윤동주 시인이 형무소에서 광복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을까.
다른 콘텐츠들의 영향으로 더 관심이 생긴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정말 잘 알려진 작품들이 아니더라도 어떤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