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이지만 동갑내기 친구녀석인 쉰승규와 09후배 유다라떼와 경자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를 보러 학교 굴다리 밖으로 나섰다.
일단 보고 나오면서부터 내용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근데 문제가 나만 달랐다;;;;;;;;;;;;;;;;;;;;;;;;;;;;;;;;;;;;;;;;;;;;;;;;;;;;;;;;;
딴생각이 많은건가......................;;;;;;;;;;;;;;;;;;;;;;;;;;;;;;;;;;;;;;;;;;
집에서 이리저리 리뷰를 찾아봐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 분들이 아직은 안보인다.
내가 틀린것일수 있지만, 그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난 후에 생각해야 할것같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있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보는게 습관이라
봉준호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될둣 하다.
인터뷰라도 찾아봐야겠다.
작은 단위에서 스케일이 커지는 방식이던 봉준호의 영화가 사회단위에서 점점 작아지는 방식으로 변했다. 오, 신선하다.
영화 '마더'에 대한 MARO의 생각 [스포일러99%]
오프닝이 참 애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비가 강한 (블랙의 비율이 큰) 어두운 영상에 비해 평온하게 보이는 넓은 갈대밭에서 춤을 추는 김혜자. 그 미묘한 표정이란. 웃는듯 우는듯 미묘한 표정에서 눈을 가리고 흔들리던 몸짓, 그리고 뒤돌아선 그녀는 조용히 오열하고 있었다. (수업중 보며 압도적인 오프닝에 놀랐던 영화 '라쇼몽'과 비교가 됐으나 그것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아니다.)
조금은 모자란 아들을 향한 시선이 영화 초반부터 계속해서 나온다. 김혜자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시선이 참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겹치는 장면도, 엇갈리는 장면도 있는데 그걸 적절히 이용한게 참 인상깊었다.
뺑소니에 대한 복수로 스키장에 찾아간 도준과 진태가 벤츠의 백미러를 부수고 교수들을 폭행하는 사고를 치고, 진태는 자신이 백미러를 부순 일을 어리숙한 도준에게 떠넘긴다. 스키장에서 진태가 교수들과 도준이 한데 엉켜있을때 옆에 떨어진 골프태를 물속으로 던지길래, 나는 혹시나 교수들이 그걸 들고 자신들을 칠까봐 던지는거라 생각했는데 밤에 주워간다;;;;;;;;;
삐뚤어진듯한 진태가 마음에 들지않는 엄마는 도준에게 잔소리를 하고, 말을 들은체도 하지않고 도준은 진태를 만나러 술집으로 가버린다. 그러고 침흘리고 자다가 술집 딸에게 찝적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 한 소녀를 따라가며 또 찝쩍대다가 집에 돌아와서 엄마를 안고 잠이든다.
다음날, 경찰은 도준이 범인이라며 김혜자가 보는 앞에서 아들을 끌고가버린다. 그와중에 사고도 난다. 가혹행위랄수 있는 위협을 하며 도준이 범인이라는 도장도 받아내고, 그대로 수사를 종결시켜버린다. 거기에 빡돌아버린 엄마가 범인을 찾아나선다.
그 첫번째 의심대상이 진태. 진태의 방에 잠입해서 진태와 여자친구(술집 딸;;)의 애정행각을 보다가 도망쳐나온다. 피묻은 골프채로 생각했지만 허탕, 합의금만 뜯긴다. 거기서 까칠하기만 한 진태가 (역시 까칠하게) 도움이 될만한 한마디를 던진다. 거기서 엄마의 나홀로수사가 정식으로 시작된듯하다. (변호사가 도중에 한번 나오지만, 돈만 빨아먹고 내빼버린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의 태도 참 대단하다.술먹을때가 아니면 앉지않는다. 변호사를 보면서 관객인 나도 짜증이 치밀었다. )
죽은 소녀 아정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 엄마는 아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문방구에 앉아 조잡한 오락기 앞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아무렇지도않게 죽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참 마음아팠다. (故 노무현대통령에대한 추측기사가 난무하던 기억이 겹쳤다. 씁쓸했다.) 자신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가십거리에 불과한것인가.
이 과정에서 도준은 자신을 바보라고 놀리는 간수들과 시비가 붙고 두드려맞다가 다섯살무렵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했음을 기억해낸다. (한 눈을 가리고 "엄마가 나 죽이려고 했던거"하는 장면에서 원빈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허벅지에 침을 놔서 나쁜기억 잊게 해주겠다는 엄마에게 도준은 침으로 또 죽이려한다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내뱉고 돌아선다.
사진관 주인은 아정이 습관적으로 코피를 쏟았던 사실을 기억해내고, 도준은 아정을따라 길을 걷던 중 보았던 얼굴을 기억해낸다. 아정의 주변에 '변태폰'을 만드는 친구가 있었음을 알아낸 엄마는 아정의 휴대폰에 집착하는 이가 많음을 알고, 할머니에게서 아정의 휴대폰을 찾아낸다. 도준이 기억한 얼굴이 고물상 주인임을 알아낸 엄마는 고물상에서 주인이 '쌀떡소녀' 아정을 기다리다가 도준을 보았음을 알아내고, 고물상 주인이 도준에게 누명을 씌운것을 알고 그를 죽여버린다. 고물상에 불마저 지른 채로 그곳을 떠나 오프닝의 갈대밭으로 간다. 극단적인 모성의 잔혹함에 적잖이 놀랬다. 어머니의 사랑은 어느 의미로든 절대적이다.
모두가 마음졸였던 작두로 약재를 써는 씬이 다시 나오고, 엄마는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이들이 말했던 못생겼다던 아정의 애인이 진범이란다. 옷에 아정의 피가 묻어있었단다. (김혜자가 차를 타고 진범을 보러갈때, 장애가 있을것이라 예상했다.) 다운증후군에 부모님마저 없다는 용의자 앞에서 혜자는 한없이 운다. 이 장면에서 나도 눈물이 흘렀다. 물론 옷에 묻은 그 피는 아정이 습관적으로 쏟던 그 코피였으리라.
출소하는 도준을 데리러 간 사람은 뭔가 럭셔리하게 바뀐 진태와 그녀의 애인. 불에 탄 고물상에서 이것저것 만지며 논다. (그렇게 동떨어진 고물상에서 화재가 일었음에도 조사도 안한 경찰은 참... 봉준호감독의 영화는 이런식으로 항상 사회를 말한다.) 엄마가 관광을 가는 날, 도준은 엄청난 양의 간식을 엄마에게 안기며 고물상에세 주워온 피가 튄 침통을 건넨다.
정말 뇌리에 박힌 클로징. 김혜자는 나쁜기억을 잊게해준다는 허벅지의 침자리에 침을 놓고 (도준이 면회소에서 했던 말때문에 엄마가 자살하는건줄 알았다.) 실루엣만 비치는 관광버스 안에서 춤을 춘다. 오프닝보다 동적인 느낌이며, 버스 안의 모두가 춤을 추고 있지만 역시 오프닝처럼 애잔한 느낌이었다.
극장에 처음 갈때까지만 해도, 감동적인 영화라 울고나갈줄 알고 집에서 나올때 마스카라도 투명한거 썼다.;;;; 근데 감독이 봉준호라는 사실을 간과했던듯하다. 감동은 무슨;;;;;;; 덜덜 떨고있었다;;;;;;;;;;;;; 사실 마지막에 좀 울긴 했지만.
영화 '마더'의 결말에 대한 MARO의 생각 [스포일러60%]
나는 사건의 범인은 고물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진범은 김혜자가 죽여버렸고, 억울하게 죄를 쓰고 들어간 장애인 앞에서 우는 혜자는 (도준처럼) 세상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누명만 쓰고 죄를 쓰게되는 상황이 안타까워 우는거라고 생각했다. 도준이 주워온 엄마의 침통은 엄마건줄 아니까 주워왔는데 도준이 침통을 주워오면서 혹시라도 경찰이 고물상을 수사한다면 엄마의 범행에 불리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진거라 생각했다.
도준이 기본적으로 바보연기를 오래동안 하고있던 천재고, 자신을 죽이려했던 엄마에게 복수를 하려는 내용이라는 의견에 대하여.
1. 도준이 모든것을 계획한것이 아니다.
도준이 고물상 노인의 얼굴을 기억해내는 꿈을 꾸고 땀에 젖어 눈을 번쩍 뜬다.
그러고 오지말라며 홀연히 돌아섰던 엄마를 애타게 부른다. 도준은 공포에 질린
눈이었고, 목소리가 참 절박했다.
2. 수감 전과 후의 김혜자의 행동이 다르다.
수감 전에는 도진이 젓가락질이 좀 서툴렀다고 하는 의견이 있던데, 내생각에는
도준의 젓가락질의 문제가 아니라 혜자가 도준이 자의적으로 행동하도록 두려던
것같다. 수감 전 도진은 엄마가 찢어주는 닭을 거부하고 손으로 닭다리를 뜯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내 기억으로는 젓가락질이 그리 서툴지 않았다. 하지만 수감
후에 집에돌아와서는 앵글도 비슷하고 먹는 음식도 같지만, 엄마는 이것저것
먹으라고 채근하기만 하고 도준은 물도 떠다가 엄마에게 준다.
생각을 계속 정리했음에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문점. 생각의 헛점.
1. 진태는 도대체 뭐하는 놈인가. 당연히 범인이라 의심하게 끌어가는 초반부에 방에서 등장하는 과학수사에 관한
책이라던가, 골프채를 숨긴다던가하는 행동도 수상하거니와, 친구 엄마를 친구의
일로 도움을 주면서 (자기를 의심한 합의금은 그렇다치고) 돈을 뜯어낸다던가.
범인일것 같던 친구녀석이 나중에는 대사에도 나오던 대로 경찰대나 갔어야지 왜
백수로 썩거있는지가 안타까울만큼 크게 도움을준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또 차를
뽑고 정장빼입고 나타난다. 진태는 뭐하는 녀석인가.
2. 엄마와 진태는 어떤 관계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아들 친구가 자기 집에 와서 상의 벗고 게임을 하고있는데
그냥 놀라기만 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말을 돌리려했다 해도 밥은 먹었냐는
일상적인 말을 한다는거나 (일반적으로는 여기 왜 들어와있냐고 말하지않나?),
진태가 혜자에게 말하는 "니가 나한테 이래도 되냐"는 말은 친구 엄마에게 할말은
아니지않나. 그 전에 혜자가 진태의 방에 숨어있을때, 진태와 술집 딸의 러브씬을
훔쳐보면서 발을 꼼지락거리길래 민망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진태의 막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뭔가 둘이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지도. 진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한 김혜자의 대사도 둘의 관계를 아들이 알까봐 그런건가?
3. 고물상 주인은 도준의 골프공을 어디서 구한건가.
사실 이건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친구하 한 말인데, 나는 도준의 골프공이 길을
걷던 도준이 골프공을 하나 던지는데, 그 (창문깨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 골프공
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