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4. 공연예술의 표현 - 배우


    1) 배우 : 삶을 번역하는 존재

        - 연극을 비롯한 공연예술에서 그 중심은 언제나 배우이다.

          연극과 춤을 말하는 것은 곧 배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연극과 춤을 본다는 것은 곧 배우를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라지는 연극처럼, 배우도 무대 위에서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이다.

          그런 뜻에서 배우는 불확실하고, 불안하고, 떠도는 그림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2) 가면과 인물

        - 극장에 가면, 관객은 맨 먼저 텅 비어있는 공간과 만난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 앞에 놓이는 것은 페이지, 즉 국면이다.

          텅 빈 페이지가 제 스스로 채워지는 순간이 있고, 텅 빈 페이지가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다.

          그 가운데 배우가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는 관객을 관객의 몸 밖으로 유혹하고, 끌어낸다.

          그 다음이 말이다. 몸과 말로 배우는 관객과 서로 일치하는 것처럼, 결합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배우는 항상 여백으로 남기 마련이다.

          관객은 배우와 일치할 수 있지만, 배우는 관객과 분리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공연에서 예속되는 존재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다.


    3) 배우의 아름다움 : 상징적 존재

        - 배우의 연기. 그 언어는 관객에게 전해진 다음, 그 무엇으로 환원된다.

          그것을 수용, 해석이라고 해도 좋겠다. 배우의 고통은 이로부터 생성된다.

          배우는 사랑처럼 모든 것을 증여하되, 타인인 관객의 시선 안에서 해체되고

          달리 재구성되는 과정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관객, 알지 않으려는 관객들에게도 배우는 존재해야 한다.

          연극적인 존재는 관객이 아니라 배우이다.

          그러므로 배우는 관객과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하는, 눈먼 열정을 지닌 존재일 수밖에 없다.

          화려할 것 같지만, 배우가 고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이 배우의 아름다움이다.

댓글